본문 바로가기

단상

별 것도 아닌 인사의 힘

 

사진 www.pixbay.com

 

1. 심리적 감금상태에서 이 악물고 치뤘던 5일 간의 시험

7년이 지나도록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던 이는 별로 없었다.

나는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소수의 인원 중 한 명이었다.

 

작년 10월 경 나는 학교에서 마지막 모의고사를 치뤘다.

아직 합격하지 않은 학생들 중 나만이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치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학교에 가더라도 나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터였다.

 

'시험을 보러 갔을 때 거기 있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 아직까지도 합격하지 못했느냐고 생각하면 어쩌지'

 

복잡한 머릿속이 조금도 진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에서 모의고사를 치뤄야만 그 해 본 시험에서 합격할 가능성을 가장 정확하게 예상해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치를 수 있었음에도 학교로 가서 5일 동안 모의고사를 치르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없던 감기기운이 생겨날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였는데, 5일간 시험을 치르며 그 증상이 점점 심해져갔다.

2. 특별할 것 없는 인사로 심장을 멎게 하고 눈물을 쏟게 하다

5일 째되는 시험 마지막 날이었다.

첫 번째 시험시간에 맞춰 잰걸음으로 학교 건물에 들어섰다.

그런데 그 때 한 번도 본적은 없지만 한 눈에 봐도 재학생으로 보이는 후배가 멀리서 나에게 머쓱한 목 인사를 건넸다.

 

그 때 나는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너무 놀라서 맞인사를 할 겨를이 없었다.

 

그 날이 무슨 날이었는지 오후에는 수업을 들은 적은 없지만 학교 다니며 뵌 적이 있었던 교수님을 복도에서 조우했다.

나를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시며 정말 반가운 목소리로 "잘 지냈느냐"고 하시며 악수를 건네셨다.

화장실에서 막 손을 씻고 나온 터라 물에 젖은 손으로 교수님의 손을 잡았는데 그 순간 왈칵 눈물이 터졌다.

마치 가슴 깊숙한 곳에 있던 얼음같은 것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3. 상대가 받아주지 않더라도 반갑게 인사해보자. 인사는 쌍방행위가 아닌 단독행위다.

나도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인사가 가지고 있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힘을 느낀 이후로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자고 결심도 했다.

하지만 나는 본 시험을 마칠 때까지 누군가에게 쉽사리 인사를 건네진 못했다.

고시공부기간이 길어질 수록 대인기피증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시험을 모두 마친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까닭은 인사의 힘을 경험했던 그 때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누군가 인사는 쌍방행위가 아닌 단독행위라고 했다.

상대가 받아주지 않더라도 반갑게 인사를 해보자.

 

그것이 때로는 상대의 가슴을 울리는 인사가 될 수 있다.